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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

글: 이준우 밸리커뮤니티교회 담임목사

1850년 출간된 나다나엘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는 17세기 청교도 사회를 배경으로 합니다. 영국에서 태어난 헤스터 프린(Hester Prynne)은 아버지의 강요로 돈 많고 나이 많은 의사와 결혼합니다. 그러다가 미국 보스턴으로 이주를 하는데, 자신이 먼저 오게 됩니다. 남편은 미국으로 오는 길에 여러 가지 사건을 만나면서 오랜 기간 동안 지체됩니다. 그 사이 부인인 헤스터는 보스턴에서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게 되고, 그 일로 재판을 받게 됩니다. 재판관이 누구의 아이인지를 밝히라고 하는데, 끝까지 말하지 않습니다. 결국 헤스터는 간통을 했다는 이유로 가슴에 간음(Adultery)의 약자인 A라는 글씨를 평생 달고 다니라는 벌을 받습니다. 헤스터와 간통한 남자는 그 지역의 젊은 목사인 딤즈데일 입니다.
헤스터는 공개적인 형벌을 받고, 죄를 숨긴 딤즈데일은 내적인 형벌을 받습니다.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괴로워서 견딜 수 없어 죄에 대한 설교를 합니다. 자신도 죄인이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오히려 양심적인 목사라며 칭송합니다. 그런 말을 듣자 딤즈데일은 더욱 괴로워합니다. 결국 딤스데일 목사는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그동안 받았던 스트레스로 인해 신경쇠약으로 죽게 됩니다.
세계적인 정신의학자인 폴 투르니에는 [죄책감과 은혜]라는 책에서, “어느 누구도 죄책감 없이 살 수 없다. 죄책감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억압하느냐 인정하느냐에 따라서 두 가지 상반된 과정을 겪는다. 수치심도 해로운 수치심과 건강한 수치심이 있듯이, 죄책감도 병든 죄책감과 건강한 죄책감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고후 7:10에,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근심은 후회할 것이 없는 구원에 이르게 하는 회개를 이루는 것이요 세상 근심은 사망을 이루는 것이니라.”고 말씀하면서, 죄책감을 근심으로 표현합니다.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근심인 건강한 죄책감과 세상 근심인 병든 자책감으로 구분합니다. 건강한 죄책감은 우리를 회개로 인도하여, 용서와 구원과 행복의 열매를 갖게 합니다. 병든 죄책감은 우리를 정죄하여 사망으로 인도합니다.
병든 죄책감은 자신을 경멸하고 비하하고 자학합니다. 자존감이 저하됩니다. 그로 인해 생겨난 각종 상한 마음으로 고통스러워합니다. 병든 죄책감은 하나님과 사람들에게 버림받게 되리라는 거절감입니다. 벌을 받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자신의 못난 것을 탓하는 열등감입니다. 자신의 무능을 탓하는 수치감입니다. 실패한 자신에 대한 실망감입니다. 자신의 약점을 용납하지 못하는 거부감입니다. 하나님과 이웃의 용서를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의심합니다. 과거의 실패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자멸감입니다. 하나님과 이웃의 사랑을 거절하는 고독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충분치 못하다고 생각하는 교만한 태도입니다. 병든 죄책감은 회개를 막는 죽음에 이르는 병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두 인물을 보면 그 차이를 극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베드로는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고 돌이킵니다. 가룟 유다는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고 정죄합니다. ‘내가 무죄한 피를 팔고 죄를 범하였도다.’ (마 27:4) 이것은 회개가 아니고, 자기 정죄입니다. 잘못된 죄책감에 빠져 절망하고 낙심했습니다.
회개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말씀에 자기를 개방합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의 말씀이 … 생각나서 밖에 나가서 심히 통곡하니라” (마 26:75) 유다는 예수님을 향해 자기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결국 유다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립니다. 회개하는 것은 나를 성령의 역사에 맡기는 것입니다. 후회하고 자기를 정죄한다면 나를 사탄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사탄은 참소하는 자입니다.
주홍글씨의 마지막 장면은 간음한 여인이라는 표시로 A자를 가슴에 달고 살던 여인 헤스터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헤스터는 자신이 낳은 딸과 함께 살면서 온갖 수모를 당합니다. 그녀는 삯바느질을 하면서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녀는 어렵게 살았지만, 자신이 번 돈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냉담했습니다. 그러나 개의치 않고 계속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습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헤스터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도 늘어났습니다. 사람들은 그녀를 볼 때마다, 가슴에 쓰여져 있는 A자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면서 말합니다. “저 사람은 천사야. 가슴에 A자를 달고 있잖아.” 저주의 A- Adultery가 축복의 A- Angel 로 바뀌었습니다. 이것이 죄 사함 받은 사람의 모습입니다. 하나님은 회개한 사람의 죄의 얼룩 위에 새로운 그림, 천사의 그림을 그려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