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설가 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의 단편 소설집 <풍차 방앗간 편지> 에는 24개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여기에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이란 제목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프로방스 지방에는 방앗간을 운영하며 밀을 제분하여 밀가루를 만드는 코르니유 영감님이 있었습니다.
영감님은 60년간 조그마한 풍차 방앗간을 운영했습니다.
어느 날 증기를 이용한 신식 방앗간이 등장하면서 풍차 방앗간들은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농부들은 밀을 들고 신식 방앗간으로 향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코르니유 영감의 방앗간 하나만 남았습니다. 물론 이곳에도 손님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코르니유 영감님의 방앗간 풍차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영감님은 해질 무렵이면 하루도 빠짐없이 밀가루 포대를 나귀에 싣고 어디론가 갔습니다. 사람들이 이상해서 묻습니다. “안녕하세요? 영감님! 방앗간은 잘 돌아가죠?” 코르니유 영감은 대답합니다. “여전하지요. 고맙게도 일거리가 계속 있어서요!” 궁금해진 사람들이 묻습니다. “어떻게 일이 생겨요?”라고 물으면 코르니유 영감은 가만히 말합니다. “쉿! 난 수출하는 일을 하지…”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코르니유 영감님의 비밀은 한 사건으로 인해 밝혀집니다. 마을을 떠나 외지로 갔던 손녀가 약혼자를 데리고 결혼을 허락을 받기 위해 할아버지 코르니유를 찾아 왔습니다. 방앗간에 갔지만 할아버지는 없었습니다.
외출을 하면서 치우지 않은 사다리가 있어서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면서 방앗간 상황이 알려지게 됩니다. 그것을 본 두 사람이 눈물로 전하는 목격담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방앗간은 황량했습니다. 방앗간 구석구석은 거미줄로 가득했고, 밀가루는 흔적도 없었습니다. 밀의 향기도 없었습니다. 구석진 자리에 놓여있는 서너 개의 자루에는 흰 석고 부스러기들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영감님의 방앗간 풍차는 돌아가고 있었지만 맷돌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코르니유 영감님의 수레에 실렸던 자루는 밀이 아닌 석회 부스러기였습니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 사라져가는 한 세대의 모습, 그와 함께 사라지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사라져가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을 상징하는 것이 <코르니유 영감님의 방앗간> 입니다.
알퐁스 도데의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의 마지막은 이러합니다.
코르니유 영감님의 소식- 홀로 외로이 풍차를 돌린다는 소식이 동네에 전해집니다. 짠한 사연을 들은 동네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아직 도정하지 않은 밀을 가지고 코르니유 영감님 방앗간으로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코르니유는 즐겁게 방앗간 맷돌을 돌립니다.
알퐁스 도데는 이처럼 따뜻하게 소설을 마무리 합니다. 결국 희망은 사람입니다. 상대의 사정을 이해해 주는 사람들에 의해 소망이 만들어집니다.
코로나 시대의 희망도 사람입니다.
함께 있는 사람들, 함께 있으며 이해해주고 격려하는 사람들입니다. 내가 그런 사람으로 서기 원합니다.
희망을 주는 사람을 찾아가기보다, 내가 희망의 사람으로 이웃에게 다가가기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