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스트로벨 (Lee Strobel)은 저널리스트로, 설교자로 유명한 분입니다. 이 분은 아버지와 관계가 아주 좋지 않았습니다. 그의 책 “은혜, 은혜, 하나님의 은혜”에서 아버지와 관계가 틀어진 것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날은 내 고등학교 졸업식 전날 밤 이자, 내가 아버지께 거짓말했다가 완전히 들통 난 날이었다. 아버지는 나를 조롱하며 왼쪽 새끼손가락을 까딱이며 말했다. “너한테, 줄 사랑은, 이 새끼손가락만큼도 없어!” 그 말이 비수처럼 내게 와 박혔다.
아버지는 한숨을 푹 내쉬며 의자에 등을 기대고 TV만 봤다. 그 순간 나는 아버지에게 등을 돌리고 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내게는 아버지가 필요 없었다. 그때 난 건방지고 충동적이었고, 야심에 차 있었다.
아버지의 도움 없이도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 서둘러 싼 짐 가방을 끌고 뒷문을 쾅 닫고 나와 기차역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다시는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늘 궁금한 게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과연 나는 눈물을 흘릴까?’ 아버지는 나한테 줄 사랑이 새끼손가락만큼도 없다고 단언하셨는데. 나도 그날 문을 쾅 닫고 집을 나올 때,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아버지는 한 번도 내게 연락하지 않았고 어머니는 늘 돌아오라고 성화였다. 그 뒤로 우리는 점잖게 먼 관계를 유지했다. 아버지가 대학 등록금을 감당해 주셨지만 나는 한 번도 감사한 적이 없다. 아버지는 내게 편지를 쓰신 적도, 내 집을 방문하신 적도 없다. 심지어 내 졸업식에도 오지 않으셨다. 내가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결혼할 때 부모님이 축하 연회를 여셨지만, 그때도 아버지와 나 사이에는 대화가 없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시카고 트리뷴> 신문사의 기자로 채용되었다. 나중에 법 쪽에 관심이 생겨 휴직하고 예일 대학교 로스쿨에 들어갔다.
졸업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아침에 친구로부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집으로 달려갔다. 장례식장에서 아버지의 열린 관 앞에 오래오래 서 있었다.
평생의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가면서 만감이 교차되었다. 할 말이 전혀 없었다. 그러면서도 할 말이 정말로 많았다. 깨진 부자 관계에서 나는 평생 수없이 그것을 합리화했다. “아버지가 먼저 나한테 사과 하셔야 했어.” 때론 자존심이 나를 막았다. “내가 왜 굽실거려야 해?” 어떤 때는 막연히 뒤로 미루기도 했다. “나중에 해결하면 되지 뭐.” 오랜 침묵 끝에 마침내 나는 아주 오래 전에 했어야 할 말을, 아쉽게도 이제야 겨우 속삭였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지난 세월 아버지에게 반항하고 거짓말하고 아버지를 무시했던 게 죄송했다. 배은망덕한 내 행동이 정말로 죄송했다. 처음으로 나는 우리의 어긋난 관계에 대한 잘못을 시인했다. 그러면서 나는 아버지와 악연에 대한 무거운 짐에서 해방되었다. 그때 아버지의 사업 동료 한 분이 다가와 물으셨다. “자네가 리인가?” “예.” “말로만 듣다가 이렇게 만나니 좋구먼. 저 친구는 입만 열었다 하면 자네 얘기였어. 자네와 자네가 하는 일을 끔찍이도 자랑스러워하시고, 대단하게 여겼지. 자네의 글이 <시카고 트리뷴>에 실릴 때는 그걸 오려서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 주곤 했다네. 자네가 예일 대학교에 갔을 때는 그야말로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더군. 우리한테 늘 자네 아이들의 사진도 보여 줬다네. 아들 자랑이 끊이질 않았지. 이름만 듣다가 드디어 얼굴을 보니 좋구먼, 하긴 자네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얘기겠지만 말이야.”
나는 충격을 받았다. 현기증이 나서 의자를 잡고 간신히 서 있었다. 이런 말을 아버지가 나에게 직접 해 주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리 관계가 얼마나 달라졌을까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이것이 아버지입니다. 겉으로는 매정하게 대하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습니다.
자녀에게 말하지 않지만 그를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내 자녀가 있다는 것을 즐거워합니다. 그렇지만 죽을 때까지 그 말을 마음에 묻고 가는 것이 아버지입니다. 이런 부자관계도 끊어지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그렇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것은 생명의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평생 후회하게 됩니다. 그러기에 너를 낳은 아비에게 청종하라고 합니다. 너를 낳은 어미를 기쁘게 하라고 합니다. 이것이 자녀가 효도해야 할 이유입니다. 이것이 부모가 자녀를 사랑해야 할 이유입니다. 가정의 달에 다시 한 번 부모님을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