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리연합감리교회 류재덕 목사
목회를 하면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고민이 있습니다. 전에는 목회하면서, 초점을 하나님이 우리 사람들에게 보여주신 은혜와 사랑에 많이 두었는데, 요즈음은 하나님께서 다른 것도 주목하란 마음을 주셔서 생긴 고민입니다.
보통은 복음이란 큰 틀 안에서 신약에 등장하는 많은 권면의 말씀들에 주위를 기울여왔는데, 하나님은 구약의 율법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란 마음을 주셨던 것입니다.
보통 구약은 지킬 필요가 없는 말씀, 그야 말로 옛날의 법이었기에, 제쳐 놓았던 것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렇게 된 이유가 있었습니다.
최근 5-6년 사이에, 미국 교회들 중, 성공회, 미국장로교회 (PCUSA) 등 주요교단들이 동성애를 합법화해 온 일들이 있었는데, 제가 사역하고 있는 연합감리교회 (United Methodist Church) 교단에서도 그 이슈를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지난 2월말, 연합감리교회 교단은 <사람의 성적 정체성>을 놓고 교단결정을 해야 했었습니다. 성경의 권위를 중요시 하는 우리 한인교회들의 입장에선, 전통적인 입장을 지켜왔는데, 상대편에서 논쟁하는 사람들은, 성경에 언급된 많은 규칙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의 하나님이란 주장이었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시기에, 하나님은 모든 것을 허용하신다. 그러니, 동성애를 포함한 모든 것을 사랑으로 받아주어야 참다운 크리스찬이라 했습니다.
성 소수자들의 고뇌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전통적인 입장에 서 있던 저와 같은 목회자는, 단번에 사랑 없는 목회자가 된 것이었습니다.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하게 하려 함이라. …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계명 중의 지극히 작은 것 하나라도 버리고 또 그같이 사람을 가르치는 자는 천국에서 지극히 작다 일컬음을 받을 것이요, 누구든지 의를 행하며 가르치는 자는 천국에서 크다 일컬음을 받으리라. 내거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의 (righteousness)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 못하면 결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마태복음 5:17-20).
얼마 전, 오래 전에 제가 부목사로 있을 때 섬겼던 담임 목사님, 은퇴를 하신 백인 목사님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식사를 나누는 중에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I know the issue of human sexuality divides us these days. Then Jae, what is the most important issue that you believe our churches are dealing with these days.” 한마디로 성정체성 이슈로 의견이 나뉘고 있는데, 저가 보기엔 무엇이 요즘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느끼냐는 질문이셨습니다. 저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성경의 권위입니다. 성경에 있는 말씀 중, 시대에 맞지 않거나, 또는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깊은 고민 없이 쉽게 제쳐놓으려는 태도가 걱정이 됩니다.” 그 목사님은 자신도 그것이 걱정이라고 동의해 주셨습니다.
최근에 많은 것을 다시 짚어 보며 반성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은혜를 많이 강조해 왔지만, 정작 어떤 말씀을 지켜가며 살아야 하는 지에는 관심이 덜했습니다. 저 자신에게도, 대충 뭉뚱그려서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고 산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성경 안에 있는 그 수많은 말씀 하나 하나엔 관심을 덜 기울였던 것을 반성하게 된 것입니다.
바리새인들과 율법학자들의 의보다 나아야 한다는 말씀이 큰 도전이 됩니다. 크리스찬으로 신앙생활하면서, 넘어서야 할 지평이 깊고 넓다는 것, 하나님은 우리를 더 겸손하게 만드시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 참 빛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 더욱 큰 도전으로 느끼게 됩니다. 바램은 교회 다니는 분들 뿐만 아니라, 교회를 다니지 않는 분들도, 하루하루의 인생을 값지게 살았으면 합니다. 행하며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더 깊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