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생활|건강 승차감과 동반자 (내과의사 최청원)

승차감과 동반자 (내과의사 최청원)

새로 건축한 멕시코 진료실과 숙소에 채울 많은 장비 운송을 위해 큰 차량이 필요했다.
마침 등산 중 만난 K씨가 이 말을 듣고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그가 출발 당일 가져온 차량은 30만마일 이상을 달린 진짜 허름한 닷지 깡통 밴 이었다. 나름대로 차량 점검을 다 마치었다고 한다. 차를 본 순간 ‘아차, 이런 차로~~~’하는 후회의 감정이 일어났다. 8시간을 좁고 험한 오지길, 좁은 벼랑길도 가야 되는데 이런 차로 간다는 것은 상상도 되지 않았다.
더욱이 좌석은 2개뿐이나 그의 부인도 가보고 싶단다. 오지의 가난한 삶을 느껴보고 싶고 또한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도 준비한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을 읽고 승객 석을 서슴없이 내주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 주어진 상황을 나름대로 준비하며 수습하기 시작 했다. 내가 앉을 좌석을 설치하려고 병원 휠체어를 밧줄로 차 좌석 뒤에서 여러 군데 고정시키고 없는 좌석 안전벨트는 내 허리띠 두개로 연결해 만들고 내 몸에 둘렀다.
방음이 안 된 차안에서는 차 소음들로 서로간애 대화하기도 힘들었다. 달리는 차창 밖 스쳐지나가는 전경들을 보면서 여러 상념이 스친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무엇을 바라고 있나? 무엇을 보고 있나? 지금 무얼 꿈꾸고 있나?, 이 순간 내가 LA에 있다면 편안했을까?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다. 그러나 생업도 연기시키고 말수 없이 묵묵히 운전만 하고 있는 K를 보는 순간 이런 차량이지만 도우려는 진실성에 낡은 차량이지만 한없이 귀하고 믿음직스럽고 편안하게만 느껴지기 시작한다.
덜컹덜컹하는 차체의 흔들림도 휠체어에 앉아서 마사지를 받고 있는 듯 한 착각 속에 빠진다. 아마도 이 모든 상황이 엔돌핀의 분비를 촉진했을 것이다. 주위에 많은 좋은 말들로 헌신, 사랑, 희생, 봉사이라는 말들은 많지만 인간은 다분히 이기적인 존재이므로 이로움을 추구하는 본성이 있어 희생과 봉사를 실천하기는 쉽지가 않다. 하지만 정신적인 아름다음을 접하면 육체적 어려운 상황도 참아내고 승화 시킬 수 있는 것이다. 돌아오는 미국국경 검문소 앞 항상 위압적이고 냉정하고 불친절한 국경수비대원이 요번은 상냥하게 얼굴에 미소를 띠우면서 이런 차로도 국경을 넘나드는 것이 측은한 듯 “이차는 아주고물이라 마일리지가 무척 많겠구나?”하고 묻는다.
나는 그 말에 “그렇지. 너무 늙었지”하고 대답하면서도 마음속에는 먼 길을 무사히 달려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 나이에 갈 곳이 있고, 할일이 있고, 기다려 주는 곳이 있고, 인간적으로 유대를 갖고 싶은 사람이 옆에 있다면 그것은 분명한 축복일 것이다. 또한 K씨 같은 성실하고 믿음을 주는 신뢰감, 우직한 진실성, 깊이 있는 인격의 사람을 주위에 가질 수 있다면 이 또한 큰 축복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