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종교 매뉴얼대로 삽시다!

매뉴얼대로 삽시다!

정용제 헤세드 한인교회 담임목사

제가 중학교 다닐 때쯤 일이니까 꽤 오래전 일입니다. 취미 생활로 ‘모터로 움직이는 차’를 조립하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용돈을 모아서 친구들과 같이 조립하기도 하고, 조립한 차로 서로 경주하기도 하면서 즐겁게 노는, 유익한 취미생활이었습니다. 차의 종류도 많았고 가격도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가격이 싼 것을 사서 조립했습니다. 차를 만들기 위해서 상자의 뚜껑을 여는 순간이 무엇보다 ‘짜릿한’ 순간입니다. 상자를 열면 부품들과 함께 꼭 있는 것이 바로 매뉴얼입니다. 매뉴얼을 보면서 만드는 것이 정석이지만 싼 것은 만드는 것도 간단해서 매뉴얼 안보고도 뚝딱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좀 더 성능이 좋은 것,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을 사게 되는 겁니다. 물론 가격이 더 비쌉니다. 가격이 비싸고 성능이 좋은 것은 부품이 더 많아서 조립하는 것이 좀 더 복잡합니다. 그래도 습관적으로 매뉴얼은 보지 않고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몇 시간을 들여서 낑낑대면서 다 만들었는데, 아뿔싸! 아주 작은 부품 하나가 덩그러니 남아 있는 겁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조금만 것 하나쯤이야 없어도 괜찮겠지 생각하고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그리고 차와 리모트 컨트롤에 배터리를 넣고 파워를 눌렀는데 아니나 다를까 움직이지 않는 거예요. 흔들어보기도 하고 때려보기도 했는데 안 움직이는 겁니다. 그래서 어떻게 합니까? 다시 다 분해해서 다시 조립했습니다. 그래도 작동이 안 됩니다. 몇 달치 용돈을 모아서 비싼 돈 주고 샀는데 안 움직이니까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한동안 씩씩거리다가 결국 다시 다 풀어놓고 이번에는 매뉴얼을 보면서 그대로 하나씩 순서대로 조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처음에 남았던 그 작은 부품이 엔진 모터 속에 넣어야 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이 있어야 모터가 작동하는 거였어요. 쓰레기통을 다시 뒤져서 그 조그만 것을 겨우 찾아서 넣고 다시 만들었습니다. 움직였을까요? 안 움직였을까요? 쌩쌩 거리면서 잘 달렸습니다. 오전에 만들기 시작해서 저녁 늦게 겨우 완성했습니다. 그 때 후회하며 배운 교훈이 바로 ‘처음부터 매뉴얼 보고 할 걸’이었습니다. 매뉴얼이 중요성을 처음으로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매뉴얼은 이렇게 취미생활뿐 아니라 우리의 실생활에서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직업으로 복잡한 기계를 다루는 일일수록 매뉴얼은 꼭 있어야 중요합니다. 항공기 기장이나 큰 선박을 모는 선장들도 매번 매뉴얼을 보면서 그 순서대로 스위치를 on off 합니다. 그것은 그들이 그 장치를 몰라서가 아닙니다. 너무 잘 알지만 혹시나 있을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고 안전한 운행을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매뉴얼을 보고 또 보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크리스천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겐 매뉴얼이 있습니다. 성경이라는 매뉴얼이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매뉴얼대로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크리스천 매뉴얼 중에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는 빌립보서 4:8-9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끝으로 형제들아 무엇에든지 참되며 무엇에든지 경건하며 무엇에든지 옳으며 무엇에든지 정결하며 무엇에든지 사랑 받을 만하며 무엇에든지 칭찬 받을 만하며 무슨 덕이 있든지 무슨 기림이 있든지 이것들을 생각하라. 너희는 내게 배우고 받고 듣고 본 바를 행하라 그리하면 평강의 하나님이 너희와 함께 계시리라”
비행하기 전에 매뉴얼을 보면서 하나씩 체크하면서 비행하는 기장처럼 우리도 하루를 그리스도인으로 시작하면서 이 내용들을 보고 하나 하나 점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이 내용들을 몰라서가 아니라 이 내용들을 빠짐없이 우리 삶속에서 적용하기 위함입니다. 작은 부품하나가 빠지면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았듯이 이 내용 중에 한두 가지를 무시하거나 잊어서 실천하지 않으면 우리 크리스천의 삶이 삐걱대기 시작할 것입니다. 정상적인 크리스천의 모습으로 살기 어렵습니다.
요즘 특히나 기독교와 교회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욕을 먹고 있습니다. 목사인 제가 봐도 욕먹어 싸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우리 크리스천들이 이렇게 되었을까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저는 우리가 매뉴얼을 무시하고 매뉴얼대로 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우리가 매뉴얼대로 살았다면 결코 이런 모습일 수가 없습니다.
참되게 살고 경건한 생활을 하는데 누가 욕할 수 있을까요? 자신과 타인에게 옳은 일을 하고 정결하게 사랑과 칭찬 받을 일을 하는데 누가 싫어하겠습니까? 이제는 우리 크리스천들이 매뉴얼의 중요성을 다시 새기고 하나하나 매뉴얼대로 살아야겠습니다. 우리가 매뉴얼대로 살기 시작하면 우리 안에 평화가 시작되고 그것이 이웃들에게로 흘러가게 될 것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모든 크리스천들은 매뉴얼대로 삽시다! 평강의 하나님께서 함께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