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안정섭 목사 (밴나이스 연합감리교회)
저는 이십대 후반부터 고혈압 약을 복용해 왔습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혈압약을 두 배로 늘리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꾸준히 혈압약을 먹어왔는데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고 몸이 좋지 않아 의사를 찾아갔더니, 의사가 약을 늘려야겠다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약을 두 배로 늘렸는데도 혈압이 도무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동네 공원을 잠깐씩이라도 걸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날씨가 좋아 점심 식사 후에 공원을 걷기가 좋을 때였습니다. 며칠 걷지 않았는데도,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다
행히 혈압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게을리 해왔는데, 아무리 바빠도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건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루는 공원을 걷고 있는데, 어떤 꼬마 아이가 스쿠터를 타고 제 쪽으로 오고 있었습니다.
네 다섯살 정도 되어 보이는 그 아이는 저와 눈이 마주치자, 저를 똑바로 쳐다보며 큰 소리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My dad is right over there.” (우리 아빠가 바로 저기에 있어요.) 그러고 보니, 아빠로 보이는 사람이 뒤에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아마 모르는 아저씨가 자기를 쳐다보는 눈길이 위험하다고 느껴졌는지, 다짜고짜 그렇게 말을 한 것 같았습니다.
아이가 경계하는 눈초리로 던진 말이 우습기도 했지만, 자기 뒤에 있는 아빠를 믿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 놓고 하는 꼬마 아이가 대견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릅니다. 아버지 하나님은 우리가 어디를 가든지 우리의 등 뒤에서 우리를 지키며 보호하고 계십니다.
아버지 하나님께서 우리를 지키시고 계신다는 그 믿음을 가지고 있으면 우리도 무슨 일을 하든지 강하고 담대하며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자녀인 우리를 뒷감당해 주는 아버지이시기 때문입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누구나 두려운 순간들을 경험합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어려움을 당하기도 하고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은 문제를 만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답답한지 모릅니다. 그러나 참 감사한 게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아버지가 되어 주시니 참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 뒷감당하시니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거룩한 배짱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혹시 모를 위험에서 우리를 지키시려고, 우리의 등 뒤에서 눈동자처럼 우리를 항상 지켜보아 주시는 하나님이 계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여호와 그가 네 앞에서 가시며 너와 함께 하사 너를 떠나지 아니하시며 버리지 아니하시리니 너는 두려워하지 말라 놀라지 말라” (신명기 31장 8절)
오래 전 다윗은 블레셋의 장군 골리앗과 일대일 대결을 하게 되었습니다. 거인과 어린 아이 사이의 정말 말도 안 되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뒷감당하시는 아버지 하나님을 믿고 두려움 없이 나아갔습니다.
사실 골리앗은 눈앞에 서있는 한 꼬마 아이, 다윗만을 상대해서 싸우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의 등 뒤에는 다윗을 도우시는 하나님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고 지키고 보호하심을 믿었기에, 그 믿음이 다윗으로 하여금 두려움을 이기고 당당히 나아가게 했습니다. 그 믿음이 다윗을 강하고 담대하게 하여, 하나님과 하나님의 백성을 위해 나가서 싸우게 했습니다.
공원에서 만난 그 꼬마 아이 뒤에 오던 아이의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살짝 웃으며 ‘하이’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아빠가 있어서 든든하고 자유로운 꼬마 아이를 만나 즐거웠습니다. 그 아이의 당당함이 저를 행복하게 했습니다.
우리에게도, 좋은 아버지 하나님께서 계십니다. 하나님 아버지의 빽을 믿고 든든해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래서 삶에서 마주하는 많은 어려움에도 당당하고 두려움으로부터 자유 하여, 매일매일 행복하고 담대하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